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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더 큰 힘을 기다리는 사람들

AI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벌써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기업의 새 모델이 등장하고, 조금 전까지 앞서 있던 기술이 다시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 소식들 사이로 잠시 속도를 늦추자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새로운 AI가 나왔다는 소식에는 이번에 무엇이 가능해졌는지부터 궁금해집니다.

멈추자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마음은 다음에 나올 AI 쪽으로 가 있습니다.

푸른 반도체 원판으로 이어진 계단을 바라보는 사람과 ‘AI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제목

잠깐 멈추자는 말 앞에 놓인 경쟁

AI의 능력은 여러 단계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쪽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엉뚱한 답을 하거나 쉬운 일에서 실수하는데도, 어떤 문제에서는 놀랄 만큼 멀리 나아갑니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그중 공개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연구실에서는 지금 어디까지 가 있을까요. 공개된 모델보다 앞선 실험이 진행 중일 수는 있겠지만, 밖에서 그 수준을 알 수는 없습니다. 눈앞의 변화가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대와 불안을 함께 키웁니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자는 말을 기업과 국가가 경쟁하는 자리에 놓으면, 다른 질문이 따라옵니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상대는 어디까지 갈까.

기업에는 시장과 생존이 걸려 있고,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에는 경제력과 안보, 앞으로의 주도권이 걸려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손에 넣을지도 모르는 힘을 생각하면, 기다리는 시간조차 손실로 느껴질 것입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가고 싶겠지만, 뒤처지는 쪽이 되고 싶은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위험을 알면서도 먼저 멈추기 어려운 자리가 있습니다. 속도를 늦추자는 말을 듣고도 서로의 발끝부터 살피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더 큰 힘을 향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이 풍경이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

핵무기의 역사를 보면, 한 나라가 손에 넣은 힘은 다른 나라가 서둘러 확보해야 할 힘이 되었습니다. 달을 향한 우주 경쟁에도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은 열망과 상대보다 먼저 도착하려는 국가의 의지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실제로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을 해냈습니다. 우주로 나아간 사람들은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엇을 만들어 냈느냐는 달랐지만, 먼저 손에 넣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마음은 핵무기와 우주를 둘러싼 두 경쟁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바벨탑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창세기에는 사람들이 벽돌을 만들고, 하늘에 닿을 탑을 세워 자신들의 이름을 내며 흩어지지 않으려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 눈에는 그 탑 아래에 자신감만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흩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함께 쌓아 올린 힘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보입니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망과, 무너지거나 사라지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한곳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강 양쪽의 흙벽돌 계단식 탑과 현대 유리 고층 건물이 같은 수면에 비치는 상상 풍경

오래된 문제들이 풀리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그 힘이 실제로 삶을 구해 준다면,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AI가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고, 사람의 삶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료와 과학 연구, 교육에 도움을 주는 시도는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멀리 상상해 봅니다.

오래 앓던 병의 치료법을 찾고, 먹고사는 데 필요한 수고가 줄고, 배울 기회가 없던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도움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평생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한계들이 하나씩 넘어가는 날입니다.

그때의 환호를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가족의 병이 나은 사람에게, 생활을 버티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던 사람에게 그 변화는 추상적인 기술 발전이 아닙니다. 내일을 다르게 살 수 있게 된 일이니까요. 그런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욕심이라는 말 하나로 다 담을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상을 조금 더 이어가면, 사람의 입에서 다른 말도 나올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힘으로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오래전에는 신에게 구하던 일들을 우리가 만든 지능으로 해결하게 되었다고 느낄 때, 인간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낼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세상이 꼭 폐허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풍요롭고, 병이 줄고, 생활이 편리해진 세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좋은 일들 가운데서 그런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상상입니다.

새로운 미래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더 큰 힘으로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 힘으로 삶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경쟁과 더 강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도 거듭 나타났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뒤에도 사람은 또 다른 힘을 찾아 나섰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낯익은 마음을 만납니다.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 자기 이름을 내려고 탑을 쌓은 사람들, 큰 도성을 바라보며 자신의 능력과 영광을 자랑한 왕이 등장합니다. 저는 그 장면들에서 자신이 가진 것으로 스스로를 높이고, 마침내 하나님 없이도 충분해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봅니다.

AI가 만들어 낼 능력은 이전에 없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힘을 손에 넣은 우리가 짓는 표정은 오래된 이야기 속 사람들과 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I의 발전이 지금 속도로 이어질지, 어느 지점에서 더뎌질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역사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서 이번 결말까지 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먼 훗날의 이야기로 들렸던 일이 이제는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마주할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AI의 결국’이 어떤 모습인지, 그 앞에 선 인간이 무엇을 말하는지 머지않아 제 눈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저는 어떤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을까요.

걱정하던 말을 잠시 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참고자료 최종 확인일: 2026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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